불특정 다수들과의 만남(timeleft 후기)
타임레프트라는 앱을 이용해 처음 보는 네 명과 함께, 총 다섯 명이서 식사를 해봤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사실 이 만남의 가장 큰 목적은 타임레프트라는 앱의 사용자 경험을 직접 체험해보고 분석해보는 것이었다.
이 앱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사용자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 앱의 특색이자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만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될 사람들의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모른 채 약속 장소에 도착해야 했다.
이러한 정보의 부재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올까?'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앱을 사용하게 된 계기까지, 예상치 못한 주제들이 흘러나왔다.
대화는 점점 활기를 띠었고, 우리는 다음 참가자가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기대감을 나누었다.
잠시 후, 새로운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도착했다. 이번 모임에는 두 명의 여성이 추가로 합류했다.
예상치 못한 사실은, 그중 한 명과 다른 한 참가자가 이미 다른 소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완전히 랜덤 매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겹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내가 처음 참가 신청을 했을 때 예정된 날짜보다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었다.
당시 타임레프트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 외국인들과의 식사 자리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고민 끝에 거절했고, 그 대신 한 주를 미뤄 다시 신청했다. 그리고 이번 모임을 통해, 아직 부산 지역에서는 사용자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랜덤 매칭이긴 하지만 같은 사람이 겹치기도 하고, 특정 조건의 모임이 성사되지 않아 일정이 조정되는 점이 그 증거였다.
처음에는 다들 서먹서먹했다.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가볍게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직업도, 관심사도 다 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누구는 여행 이야기를 꺼냈고, 누구는 최근 빠져 있는 취미를 공유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을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나이도 많고 말도 많은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 후회스럽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예전에 외국인들과만 식사를 하는 자리에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 모임에서는 영어로만 대화해야 했고, 이후 2차로 커피숍에 가서야 비로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들으며, 같은 불특정 다수들과의 만남이라도 미리 정해진 주제가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만남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익숙한 일상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비슷한 환경 속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 패턴을 깨고 색다른 자극을 준다. 평소라면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타임레프트와 같은 개념의 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대화 주제를 미리 설정해두거나, 참가자들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더욱 의미 있는 매칭을 하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한 식사 모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만남이 매번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날은 그냥 평범한 대화에서 끝날 수도 있고, 때로는 기대 이하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시도해볼 만하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